무채색에 익숙했던 시대, 디자이너와 산업 현장의 소통 오류를 없애기 위해
한동수 소장과 연구진이 이룩한 '색의 표준화' 여정을 소개합니다.
1978년, 대한민국이 흑백 TV에서 컬러 TV로 전환을 준비하던 시기. 방송사 내 디자이너들 사이에서조차 명암이나 농도가 미묘하게 다른 수많은 색상을 표기할 '공통 기호 체계(표준)'가 없어 원활한 소통이 불가능했습니다.
당시 선진국에 비해 50년이나 뒤처진 척박한 색채 현실을 마주한 한동수 소장은, 언론기관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과학적인 색채 연구와 표준화 작업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실생활의 색을 기호로 표준화하기 위해, 한 소장은 춘천에 있는 약 2,500평 규모의 섬유 공장에서 무려 2년 동안 하루 종일 직접 염색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수천 번의 실패와 고된 작업 끝에 마침내 1991년, 국내 최초로 2,135가지의 섬유 표준색(한국섬유표준색모음집)을 완성해 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디자인 산업의 뼈대가 되었습니다.
수천 가지의 색을 뽑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산업계 전반에 보급하기 위해 숫자와 기호를 이용해 색을 정확하게 표시하는 '색채자(Color Ruler)'를 개발했습니다.
이 조색(造色) 노하우를 통해 국내 생산업체와 기업 디자이너, 나아가 해외 바이어들까지 원하는 색깔을 오차 없이 완벽하게 소통하고 생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