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원래 붉은색만 56가지, 검은색 표현만 69가지에 달하는 색채 감성 민족이었습니다.
잊혀가던 우리 고유의 색 감수성을 '이름'을 통해 되살린 발자취입니다.
본래 우리 민족은 색에 대단히 민감했습니다. 명도와 채도의 미묘한 차이를 '불그스름하다', '새하얗다', '거무튀튀하다' 등 수많은 감각적 언어로 표현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대량생산과 서구식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정확한 영문 컬러 코드에 밀려 이 풍부했던 우리말 색채 언어는 점차 설 자리를 잃고 무채색처럼 단조로워지고 있었습니다.
한동수 소장과 연구진은 색채의 뼈대를 세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한국인의 감성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1991년, 국내 최초로 <표준색표집> 시안을 발표합니다.
이때 명명된 279가지의 색 이름은 외래어가 아니었습니다. '풋사과색', '조갯살색', '간장색', '도토리묵색', '건빵색' 등 실생활에 밀접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자연과 일상의 이름이 부여되었습니다.
한동수 소장은 색채가 인간의 심리, 특히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깊이 주목했습니다. "세 살배기를 빨간 방에 두면 맥박이 1분에 20회 더 뛴다"며 색채 고유의 에너지를 강조했습니다.
다양하고 예쁜 우리말 색 이름을 부르며 수많은 색을 접하고 자란 아이들은 공격성이 확연히 줄어들고 정서적으로 순화된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증명해 냈습니다. 우리말 색이름 사전은 단순한 명칭 정리를 넘어 아이들의 감성을 길러주는 훌륭한 교재였습니다.